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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이유로 시작한 나의 두 번째 인생

by 신미스타스텔롱 2025. 4. 25.

독일 유명 수입차의 공식 딜러사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하며 누구보다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해왔던 시절이 있었다.

숫자에 강했고, 일에 보람도 있었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모든 것은 바뀌었다.

나는 퇴사했고, 그 퇴사는 단순한 퇴직이 아닌 '사회로부터의 이탈'을 의미했다.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낳았고, 첫째의 작은 손을 잡아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둘째가 찾아왔다.

기쁘고도 벅찼지만, 현실은 무자비했다. 남편은 경제적인 지원 외에 육아나 가사에 대한 도움은 전혀 없었다.

아이들이 어렸던 시절, 누구보다 내가 그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을 텐데… 이상하게도 기억이 거의 없다.

그 시절은 한마디로 '처절했다'.

 

둘째를 낳은 직후, 첫째를 돌봐주시던 엄마의 손을 놓고 나는 다시 모든 일상을 끌어안아야 했다.

두 아이를 안고 재우고, 깨우고, 씻기고, 먹이고, 울고 웃는 하루하루가 반복됐다.

밥 한 끼도 제시간에 먹지 못한 날이 수두룩했고, 결국 모유가 말라 둘째에게 모유수유조차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결혼 전보다 체중은 더 줄었고, 거울 속 나는 내 모습 같지 않았다.

주변에서 “그래도 아이들 예쁘잖아”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켠이 찢어졌다.

정말 사랑스럽고 소중한 내 아이들인데, 그 시절을 떠올리면 진절머리가 난다.

그때의 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감정이 사라진 기계처럼 살았다.

 

그렇게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경력 단절이란 말은 이제 익숙할 정도고, 내 이름보다 아이 엄마로 불리는 시간이 더 길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렇게 살아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겠다고. 내 인생은 오롯이 나의 것이어야 한다고.

그렇게 나는 지금 ‘현실적 경제 독립’을 꿈꾸며 다시 시작하고 있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고, 시간은 여전히 부족하고, 여건은 녹록치 않지만, 이 삶은 이제 나를 위한 시간이어야 한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한 발씩 내딛기 위해 오늘도 키보드를 두드린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도 혹시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같이 살아남아 보자.

 

이제 나는 내 인생의 주인으로 다시 살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