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법원에서 등기 하나가 도착했으나 부재중으로 다시 방문하겠다는 우체국 안내를 보았다.
지방법원에서 서류를 보냈다는 내용에 잠시 숨을 고른다.
느낌이 왔다.
아마도 이혼 소송 관련 서류일 거라는 막연한 예감.
남편은 입버릇처럼 “이혼하자”는 말을 해왔다.
너무 자주,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나는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적이 없었다.
사랑이 식지 않아서도, 남편 없이는 살아갈 수 없어서도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현실적인 이유였다.
나는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들이 있는 삶에서 이혼은 단순히 부부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사춘기 문턱에 선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딸 아이는 단호했다.
“엄마, 제발. 난 이혼 싫어.”
그 말이 마음에 깊게 남았다.
아이가 이렇게까지 거부하는 걸 보면서, 나는 무작정 내 감정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
혼자 살겠다고 당장 짐을 싸는 용기도, 감정이 북받쳐 뒤엎어버릴 패기도 내겐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참아왔다.
한 번의 폭발보다는, 수천 번의 침묵으로 이어온 시간이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다.
부부로는 이미 균열이 생긴 관계라도, 아이에게는 부모로 남고 싶었다.
나는 그렇게 결정했다.
성년이 되는 그날까지만이라도, 아이의 곁에 그대로 있어주기로. 아이가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도록.
그리고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참지 않고 나를 위한 인생을 시작해보려 한다.
나는 지금 그 준비를 하고 있다.
블로그도 그 중 하나다.
아주 작고 소소한 시작이지만, 이 시작이 나의 다음을 바꾸게 되길 바란다.